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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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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운명적 현실과 3대 개혁의 필요성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대통령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 3대 부문에 대한 개혁의 시급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었지만, 정권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는 아젠다이므로 어느 정부에서든지 개혁에 적극적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미약하나마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거나 개혁의 시늉이라도 내었지만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혁과는 정반대의 길을 감으로써 국가발전에 역행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므로 前 정부는 이에 대한 냉엄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극심한 부문에서의 개혁에는 지난한 협상 과정이 동반되는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지난 정부의 5년은 그야말로 국가적 과제를 방기한 낭비의 세월이었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이 절실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처한 운명적 현실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없고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가 산업경쟁력을 유지 또는 제고하지 못하면 천신만고 끝에 진입한 이 선진국 대열에서 빠르게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주요 열강에 둘러싸인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마저 떨어진다면 1900년대 초 열강에 휘둘리던 당시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해외전문가 및 투자자로부터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항상 지적받아 온 대표적인 분야가 노동이다. 정규직 과보호 등의 노동규제, 비협조적 노사관계 등으로 인해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이 되었다.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를 비교적 세분하고 있는 WEF의 2019 GCR(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flexibility)은 97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연성 카테고리 내의 세부 분야 대부분에서 100위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경쟁력 지표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독 노동 부문만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어 전체 국가경쟁력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노동 개혁을 개혁의 우선순위에 올리고 있은 것이며 노동 개혁이 늦어질수록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하락추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교육개혁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제도 구축과 학령인구 축소에 따른 학교 구조조정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교육 부문에 산적해 있다. 어쩌면 교육은 노동 분야보다 더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중층적일 수 있다. 국민 대부분이 관심이 있는 가운데 일선 교사, 교장·교감 등 간부, 학부모, 공립과 사립, 학원, 지방과 수도권 등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개혁과정에서 생각보다 상당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 연금개혁은 국가의 지속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볼 때 만약 지금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연금재정의 고갈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현실이며 그 시기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연금고갈은 결국 연금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 상실을 초래할 것이고 이로 인해 연금수혜자와 연금납부자 간 세대 갈등도 증폭될 것이다. 더 나아가 연금제도의 붕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과연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국정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가 국회에서 소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득이 보장되지 않는 3대 개혁을 주창한 것은 이 세 부문의 개혁 없이는 국가경쟁력과 국가의 지속성에 상당한 훼손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경제적 조건은 끊임없는 개혁을 이루어야만 생존과 발전이 보장되는 운명을 강요한다. 적대적 국가와 인접하지 않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국가처럼 느긋하고 편안한 태도를 정부와 국민이 가질 수가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결국 3대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운명적 국가과제이며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태규(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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