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서 PC나 TV 등의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여 반도체는 초과공급 상태로 재고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수요부진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한파를 맞고 있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는 2022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5,801억 달러로 전년대비 4.4%로 증가하여 2021년 26.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2023년에는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더욱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는 2022년 매출이 1천 344억 달러로 전년보다 12.6% 감소하였으며, 2023년에는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반면, 대만 TSMC는 2022년 3분기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8% 증가한 약 27조 5000억 원을 기록하여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액 23조 200억 원을 넘어서 처음으로 반도체 부분 1위 달성하였다. TSMC는 애플 등 고객사의 제품 수요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였으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하락, 재고 증가로 고전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규제를 완화하고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시설투자 세액공제 25%로 확대하는 등 총 52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하였고, EU는 2030년까지 공공?민간투자 430억 유로(약 56조원) ‘EU 반도체 지원법’ 논의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자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총 투자비의 40%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대만은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은 시설투자, 연구개발비의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등을 확대하여 자국 기업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자국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기업들도 대규모 해외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투자액이 해외로 쏠리면 국내 투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한국도 국내 법인세 인하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주요국에 미치지 못할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2022년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인하를 주요 골자로 발의하였으나 25%→24%로 1%만 인하하였으며, ‘반도체 특별법’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을 주요 골자로 발의하였으나 대기업 6%→8%로 2%를 인상하는 것에 그쳤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 위축, 수요부진, 반도체 가격하락 등 반도체 업황 둔화를 극복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국내 투자환경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설투자 세액공제의 경우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25%를 지원하고 있으나, 한국은 국가전략기술에 한하여 8%에 불과하여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적시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